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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순위 안녕요정 책소개

람보디아K 2017. 7. 8. 20:25


책순위 안녕요정 책소개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또 읽었습니다. 일본소설 특유의 우울함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읽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안녕요정이라는 책으로 일상의 간단한 미스터리로 힘들고 괴로운 젊은날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런 책인줄은 모르고 샀는데, 참 독특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래는 안녕요정의 내용중 일부분입니다. 읽어보시면 어떤 느낌의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필체라든지 묘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깔끔합니다.


키메라의 죽음 - 1991년(에이세이 편) 6월 27일 목요일 지난 이 주일 내 새 지갑은 눈에 띄게 홀쪽해졌다. 수문했던 유고슬라비아 관련 책들이 속속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책을 사봤자 문고본 아니면 만화. 기껏해야 신서였던 나에게 양장본을 산다는 것은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몰래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적지 않은 돈을 제법 토해내야 했다. 그러나 텅 빈 것이나 다름없는 지갑을 봐도 후회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차피 갖고 있어봤자 신통한데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입문편 같은 느낌을 주는 세목의 사륙판 책부터 읽기 시작해 학교에도 들고 다났다. 유고슬라비아의 위치부터 확인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세계 지도로 충분하다. 그 사실을 세계사 시간에 쓰는 지도집을 보기로 했다. 표지를 넘기고 메르카토르도법의 세계지도를 보는 것 만으로 바로 해결 되었다. 방과후의 교실. 나는 평소 주로 오락 소설을 읽는다. 그러나 고교 생활을 하면서 교실에까지 책을 가져와 읽은 적은 없었다. 소설의 뒷이야기가 아무리 궁금해도 의식적으로 집에서만 읽곤 했다. 책을 읽는 인간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소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려니와. 구태여 소수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꼴사나운 허세라 생각하고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걸맞지 않은 행동을 입시 덕분에 얼버무릴 수 있었다. 자습히는 급우들 틈에서 거금을 들여 산 사륙판 책을 읽는데 후미하라가 들어왔다. 집에 가는 길에 들러본 모양이 었다. 그렇게 말한 뒤에야 내가 읽는 책이 교과서도. 참고서도. 문제집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눈썹을 치올렸다. 

“뭘보는 거냐?” 대답 대신 책을 들어 제목을 보였다. 후미하라는 유심히 쳐다보더니 이윽고 조그맣게 숨을 내뱉었다. 별로 화가 난 것 아니었지만 농담조로 따지는 척했다. 

“그 한숨은 뭐냐?”

“산 거지? 대단하다 싶어서 그런다. 도서관에서 빌릴 생각은 못 해봤나?” 나는 웃음 짓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아보긴 했지. 여기 도서관에도 없고 시립 도서관에도 없더라.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한나절 들여 뒤져봤는데도 못 찾았다.”

“한나절? 그것도 대단한걸.” 자습하는 인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후미하라는 가까운 책상에 기대섰다. 책을 읽느라 몰랐는데 그새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부슬부슬 내리는 게 아니라 세자게 퍼붓는 비인데. 운동장에 물웅덩이가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아직 내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걸 사봤자 미야 씨는 이제 좀 있으면 귀국할 거 아니냐.” 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두 달이니 말이지.” 

“책을 주문해서 받는 데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필요할 때 손에 넣질 못해.” 동정하는 듯한 말에 나는 웃으며 시선을 후미하라에게 되돌렸다. 

“그렇지 않아. 너 혹시 내가 마야의 이야기에 맞추고 싶어 서 책을 샀다고 생각하는 거나?” 

“아니냐?”

“뭐, 본심을 말하자면 그런 이유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만...” 서표를 끼우고 책을 덮었다. 그 위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괴었다. 후미하라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진지해빠진 듯 보여도 후미하라라고 목석은 아니려니와. 물론 나도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그런 여자애가 옆에 있으면 말을 맞춰주고 싶어지는 것은 무리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다. 오직 그것 때문에 도서관에 틀어박히고 거금을 들여 책을 산 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을 명확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가. 자기 행동을 자기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기분이 찜찜하다. 머릿속으로 말을 궁리해보았다. 책 표지 위에 반대쪽 손가락을 까불거렸다. 말이 되기 전의 이미지가 있다. 상상 속에 원이 그려진다. 원은 안개에 싸여 어둑어둑하지만 원 요빠 스포트라이트가 비친다. 원 안에는 내가 있다. 후미하라. 다치아라이, 시리카와도 있다. 내가 선 장소는 비교적 원 중심에 가깝다. 후미하라도 그런 것 같다. 시리카외는 더욱 중심에 가까을 것이다. 다지아라는 다소 바깥 테두리 쪽으로 쏠려 있을 게 를림없는 같은 원 안에 있다. 그 인에서 경쟁하고. 그 안에서 이기거나 진다. 아무도 기습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실은 이 원 안에만 있어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원 안으로 마야가 날아들었다. 듣자 하니 전혀 다른 원에서 날아왔다고 한다.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지만 뜻밖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가 싶어서. 아니, 아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수도 있었구나, 하는 놀라움이다. 나는 생각한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올 수 있다면 이쪽에 서 저쪽으로 가는 것도 가능할 게 들림없다. 어쩌면 그럼으로써 나는 원 안에 있을 뿐인 상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그것은 말로 하자면...

“그러게...”

나는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는 뒷말을 잇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앞이라는 것도 신경쓰였고. 후미하라에게 구대여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을 고진 것도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뭐든 입 밖에 내어 말하고 나면 가벼워진다. 대신 씩 웃었다. 

“유고슬라비아에 관해 가르쳐주랴? 자랑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선 내가 일인자인데.” 얼버무린 데 대한 불쾌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후미하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일없다.” 

“서양 말고. 세계지도가 달라진다고. 오스트리아 남쪽이 어느 나라인지 아냐?” 

“난 일본사가 선택과목이라.”

“쓸데없는 지식을 집어넣을 여유는 없다?” 후미하라는 걸터앉아 있던 책상에서 바닥으로 내려섰다. 칠판 위에 걸린 시계를 홀깃 보더니 말했다. 

“참 수고한다 싶긴 하다만. 난 자기 손이 닿는 범위 바깥에 관여하는 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손? 은유냐?”

“아니. 그 의미 그대로야. 결국은 몸이지.” 그런 견해도 성립되긴 할 것이다. 후미하라는 그럼. 하고 짤막하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나는 덕을 괴었던 팔을 풀고 다시 책을 폈다. 

공책을 펴고 볼펜을 꺼냈다. 생소한 단어가 이어지는 탓에 메모라도 하지 않으면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유고슬라비아는 발간 반도에 있다. 인구는 약 2350만, 면적은 약 25만5800제곱킬로미터. 인 

구밀도는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국경이 인접한 나라는 서쪽으로 이탈리아. 북쪽으로 오스트리아. 형가리. 루마니아. 동족으로 불가리아. 남쪽으로 그리스. 남서쪽으로 알바니아. 

각 공회국의 기본 정보는 표로 정리하는 편이 간단하고 좋으리라 생각해서 필통에서 지를 껴냈다. 공용어는 슬로베니이에 세르보그로아트어, 마케도니아어 이렇게 세 가지. 북부에서는 주로 라틴 문자가, 남부에서 기릴 문자가 시용된다. 크로아티아의 세르보그로아트어와 세르비아의 세르보크로아트어는 약간 다른 모양이지만 그 차이는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의 차이보다 훨씬 작다'고 한다. 이런 구절도 있었다. ‘도교 말씨와 오시카 말씨 같은 관계가 아닐까.’ 주된 종교는 세 가지. 공산주의 제제하에서도 종교 탄압은 없었으나 장려되지도 않았다. 민족주의적 움직임과 종교가 결부되면 연방을 위해 좋지 못하다는 생각에서다. 쓰카사 신사에서 마야가 말한 대로였다. 각 공화국을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 나라 자체는 작지만 1 인당 국민총생산은 단연 높다. 지도상으로는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데, 꼭 그 때문은 아니겠으나 소득 수준도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관광 가이드책을 들추어 본바 수도 류블랴나는 인구는 약 삼십이만. 언덕 위에서 류블라나 성이 내려다보는 시가지는 르네상스 건축, 바로크 건축. 아르누보 건축이 뒤섞여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성이 위지한 언덕을 둘러싸고 흐르는 류블라나 강에는 저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세개 다리’와 ‘용의 다리’가 놓여 있다. 전지는 괸빵 명소. 후자는 도시의 상징이라고 한다. 또 포쓰토이나 종유굴과 블레드 호수라는 곳이 인기인 모양이다. 특히 종유굴은 슬로베니아 국내에만도 육천 곳이 넘는다고. 석회분이 이만저만 많은 토지가 아닌가 보다. 

 크로아티아 공화국 : 긴 해안선이 있다. 해안선이 남북으로 가늘게 뻗어 있는 맛에 지도에서는 낚싯바늘 같은 라틴 문자J처럼 보인다. 일인당 국민 총생산은 연방 중 제 2위. 1위인 슬로베키아와는 크게 차이나지만, 3위 이하와도 차이가 크다. 가이드북을 들추어보았다. 장대한 해안선은 바캉승에 적합한 모양이다. 면한 바다가 아드리아해이니 그럴만도 하다. 수도 자그레브는 인구 약칠십만. 역사적으로는 요새도시인 그라데츠와 사제관을 중심으로 하는 카프톨이 경합을 벌여오다가 16세기에 자그레브로 통합되었다. 일본의 아키타 시 같은 건가. 가톨릭계 건물, 즉 교회로 간주할 건물이 많다고 한다. 사바 강 북쪽 연안에 발달한 도시인데 최근들어 남쪽으로 시가지가 확대되기 시작한 듯하다.

 세르비아 공화국 : 내륙국으로 북부가 평야. 남부가 산지다. 인구가 월등히 많지만 1 인당 국민총생산은 크게 뒤처진다. 인구는 생산의 기초이기는 하지만 기초가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세르비아는 좋은 뜻으로나 나쁜 뜻으로나 유고슬라비아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그 의미는 조금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세르비아 공회국의 수도 베오그라드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회국의 수도도 겸한다는 것은 알았다 또 국내에 자치주가 둘 있다고 한다. 보이보디나와 코소보. 주도는 각각 노비사드와 프리슈티나라고 했다. 가이드북을 들추어 보았지만 수도 베오그라드가 간략하게 소개된게 다였다. 그에 따르면 베오그라드는 인구 약 백 육십만. 저 유명한 대하 도나우 강과 생소한 사바 강의 합류 지점에 발전한 도시이며. 베오그라드는 하얀 성벽을 뜻한다고 한다. 14세기에 이 일대를 침공한 터카군이 이름니움에 감동해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소개되어 있었지만. 다른 책에 따르면 9세기에 이미 벨그라드. 즉 ‘하얀 마을’로 불렸다고 한다.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진실과 사실의 자이 같은 게 아닐까. 도나우와 사바의 합류 지점에 성채 옛터가 있으며. 지금은 공원인 그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절경이라고 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 : 표에는 주된 종교와 민족 모두 각각 세 종류가 병기되어 있다. 어느 것이 우세한지 판가름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은 국명에도 드러나 있다. 유고슬라비아의 여섯 공회국 중 다섯 나라는 민족 이름이 곧 나라 이름인 데 비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지명이지 민족명이 아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스타리 꼬쓰트라는 다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양이다. 수도 사라예보는 인구 약 삼십만. 이슬람 교도가 많음을 중명히듯 사진에 미나레트가 여럿 우뚝 솟아 있다. 밀라츠카라는 경이 시성|li巚 한기운데를 동서로 관통하는데. 강 상류에 있는 아라비아 양식의 도서관은 한 번쯤은 구경할 가치가 있다고 한다. 또 사라예보는 어디서 들은 이름 다 싶더니만 예의 암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었다. 이곳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된 것을 구실로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되있다는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몬테네그로 공화국 : 인구 약 육십이만. 일본의 사카이 시 인구보다 적다. 오가야마 시보다 약간 많은 정도다. 해안선이 있기는 하지만 국토 대부분이 산지인 듯하다. 산악 지대의 험준힘이 재미있는 역시를 만들었다. 발간 반도에서는 드물게 내내 독립을 유지했다. 가이드북을 들추어보았는데 몬테네그로에는 따로 페이지가 할당되지 않았다. 산지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관광이 발달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수도는 티토그라드. 인구는 약 육만. 이 도시에 관한 기술도 짤막하다. ‘전화로 인해 파괴된 탓에 이곳에 파르티잔 기념비는 있어도 사적은 그리 많지 않다.’ 전화란 물론 제2자세계대전을 일컫는 것이리라. 

마케도니아 공화국 : 1인당 국민총생산은 여섯 개 나라 중 가장 낮지만. 하위 3국은 도토리 기 재기다. 그리고 이 하위 3국은 유고슬라비아 남부의 세 나라이기도 하다. 표와 지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유고슬라비아는 북쪽으로 갈수록 부유하고 남쪽으로 갈수록 빈곤하다. 이번에도 가이드북. 가장 북쪽에 위지한 슬로베니아는 블레드 호수가 명소인 것처럼 가장 남쪽인 마케도니아에서는 오흐리드 호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양이다. 수도 스코페 

는 인구 약 삼십이ti판. 책마다 모두 1963년의 지진으로 파괴 되었다는 설명이 제일 먼저 나왔다. 역 일대는 지진을 계기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으로 재개발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기로,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이란 ‘좀더 특이하게 만들었다’는 뜻인가 보다. 그런 포스트모더니즘 시가지는 터키 시대에 놓인 ‘돌다리’까지고, 다리를 건너면 터기풍 구시가가 남아 있다고 한다. 내고 나니 어느새 비구름이 더욱 검게 드리워서 있었다.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리고 다치아리이가 옆에 있었다. 적당한 의지를 빼서 흡사 그 자리 임자처럼 앉아 오른손 만으로 문고본을 펴들고 있었다. 평정을 가상하며 가볍게 기지개를 구겼다. 

“몰랐는걸. 인세 왔냐?” 다치아라이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 아직 한 페이지도 못 읽었어.”

“말하지 그랬냐.”

“열중히는 것 같아서.”

“오늘은 손님이 많군. 아까 후미하라도 왔었다.”

다치아라이는 역시 오른손만으로 문고본을 덮었다. 일어서더니 의자를 원래 자리에 밀어넣고 내 옆에 섰다.

“그래? 우연이네.” 그러고는 내가 든 책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책이야?” 자기도 책을 읽고 있었으면서 남의 제목만 묻는다. 나는 후미하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책을 들어 제목을 보여주었다.

“후미하라도 똑같은 걸 묻더군.” 

“그것도 우연이네.” 제목을 본 다치아라이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래. 모리야도 신경이 쓰이는구나.”

“그래. 얼버무려봤자 소용없지. 신경쓰인다.”

“나도 그래. 마야는 괜찮다고 했지만 난 그게 더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지 뭐야.” 다치아라이는 눈을 약간 내리 깔았다. 나는 반대로 다치아라이를 올려다 보았다.

“...무슨소리야?” 뜻하지 않게 마주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다치아라이는 ‘얘가 지금 뭔소리야’ 하듯 의아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가 ‘얘가 지금 뭔 소리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건지도 모른다. 

“마야가 뭐?” 역시 그랬다. 다시 보니 다치아라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나른한 얼굴이었다. 

“모리야. 뉴스 쟁기 보니?” “아니. 며칠 전부터 여기에 매달려 있느라. " 책을 탁 지며 그렇게 대답하자 다치아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몰랐네. • 그러고는 입을 다물이버렸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다치아라이가 한 말이 아니라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런 태도에서 뭐라 말할 수 없이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일 있었냐?” 다치아라이는 긴 머리채를 찰랑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 일 없어. 아직.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거야.”

“...”

“마야네 나라에서 어제.”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높다란 목소리가 그것을 가로 막았다.

“마치!” 돌아보자 열려 있던 문 밖에 시라가와가 서 있었다. 조금 비에 젖은 모습이었다. 손에 든 것은 신문일까. 시리카외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다치아라이에게 뛰어오더니 젖은 부분이 반점처럼 쥐색으로 얼루덜룩해진 신문을 펼쳐 보여 주었다. 이 시간에 서둘러 보여주려는 걸로 보아 석간인 듯했다. 시리카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기” 하고 구석을 가리켰다. 다치아라이 옆에서 나도 그 기사를 읽었다. 이런 제목이었다. 

‘유고. 무려 충돌 본격화’

“...뭐냐, 이게.”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치아라이의 조용한 목소리가 그에 대답했다. 

“마야의 나라에서 오늘 일부 나라가 독립을 선언했어. 하지만 마야는 아무 일 없을 거라고 했어.” 그러고는 내가 그 의미를 이해할 만큼의 시간을 준 뒤 한 마디 덧붙였다. 

“그렇게 안 된 모양이네.”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그칠 줄 모른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전등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1991년(헤이세이 3년) 6월 刳일 일요일 : 내 눈은 무엇을 보고 있었나. 귀를 를어막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신문을 뒤지자 이미 26일 자 조간에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슬로베니아의 간부회의장. 구진이라는 인물의 연설 일부가 게재되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꿀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 슬로베니아 사람이 이주 오래전부터. 여러 세대 전부터 꾸어온 꿈. 자기들의 나리를 갖는다는 꿈이 오늘날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27일 석간은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이 슬로베니아 영내를 침공했다고 보도했다. 유고슬라비이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만만히 본 것이었다. 그 나라에 전운이 감돌고 있음을 나는 아예 몰랐다. 아닌 게 아니라 유럽 동부는 몇 년 전부터. 구체적으로는 1989년 이래로 소란스러웠다. 온갖 뉴스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이 나와 관계있는 일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빈곤한 정보에 일희일비하며. 나는 마치 꿈을 꾸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충격은 나보다 시리카와가 더 컸을 것이다. 마야의 상대는 시라가외를 동해 들었는데. 이따금 이야기에 두서가 없어지곤 했다. 그래도 대략 이해한 바로는 마야는 전화를 빌려 어딘가에 몇 번 연락을 했을 뿐 특별하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시리카외는 이렇게 말했다. 

“마야는 흥분하진 않았어. 슬퍼하는 것도 아닌 것 김아. 생각보다 조용하고 자분해. 하지만 어쩐지...” 얼마 동안 고민하더니 역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는 듯 말했다. 

“화가 난 것 같아.” 그리고 사홀이 지났다. 내전은 진화되어갔다. 맥이 빠질 정도였다.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은 수적으로 열세인 슬로베니아 공화국 방위대를 압도하고. 수도 류블랴나의 공형을 폭격했으며. 국경을 봉쇄했다. 거기에 EC의 중재로 독립 선언을 삼 개월 동결하는 것까지 신속하게 결정되었다. 장갑 수송차의 영상이 하도 험악하고 걸프전의 기억이 하도 선명했던 탓에 사대를 너무 위중하게 생각한 감이 있었다. 헛걱정이었다. 꼴사납게 허둥대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겨우 나홀 만에 끝났다. 딱하게도 마흔 명 정도가 사망한 모양이지만 전쟁은 끝났다. 유고슬라비아는 흔들렸지만 금새 원상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어엿이 한 사람 몫을 하게 된 마야를 맞이할 것이다. 아무 문제도 없다. 아니.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 별일 아니었다. 그날은 오전 중에는 맑았다. 영어 숙제가 있었다. 시립 도서괸에서 할 생각이었다. 아마 삼십 분도 안 걸릴 테니 숙어도 잠깐 재확인할 계획이다. 저번 외부 모의고사에서 뜻하지 않게 영어를 망쳤다. 자신 없는 과목은 아닌데 그래서 더 방심한 모양이다. 언젠가 복습을 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로 할 일이 없는 일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는 훌륭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안녕요정의 내용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필체가 나름 깔끔하고 생각하는 여운을 주는 글입니다. 처음에는 마야와 일본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어보고 제가 좋아하는 밝은 글인줄로 착각을 해버렸습니다. 이 부분은 생기있고 즐거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미스터리라든지 전쟁이야기라든지 약간은 어두운 느낌의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타국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에 절망하기도 하고 이 세상의 현실을 알아가게 되는 청춘소설 같은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스타일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문체가 깔끔하고 돋보여서 읽어볼만은 한 책입니다. 또 국가와 개인, 힘에 대해서 여운을 남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책순위 안녕요정 책소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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