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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순위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책소개

람보디아K 2017. 7. 5. 11:19

책순위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책소개


책순위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책소개입니다. 하지은씨의 소설은 얼음나무 숲 이후 처음 접하는데 역시나, 독특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은작가만의 느낌이랄지 아니랄지... 헷갈리네요, 어쨌든 밝은 듯하면서도 음습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참 탁월한 것 같습니다. 심플하면서 매끄러운 묘사도 대단합니다. 아래는 그중 부정의 방이라는 단원의 내용을 약간 옮겨왔습니다. 한번 감상해보세요.


4층 부정의 방 : “그럼 누군가가 그 남자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면 되잖아요?" 

 노인네는 또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 조용하고 음험한 건물로 들어설 때면 항상 기침소리가 먼저 들렸다.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루서는 과일 가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과일 가게의 수다쟁이 주인은 그녀가 갈 때마다 오래도록 붙잡아 두고 이것저것 떠드는데 대부분 도시에 퍼진 가십이나 야한 농담들뿐이었다. 한데 오늘 들은 이야기는 그냥 홀려버리기엔 좀 이상했다. 4층에 도작한 루서가 왼쪽 방문을 여는 순간 듣기에도 괴로운 기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방문을 연 채 잠시 그대로 있었다. 안에서는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다. 

“저 왔어요.” 

 코가 조금 둔감해지자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침대가 있고 그 위에 널린 더러운 이불들 틈에 노인의 야원 얼굴이 있었다.

“제기랄 또 너냐?” 

“그럼 누구겠어요.”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만 오래도.” 

“헛소리도 좀 그럴 듯하게 하세요. 집이 이 꼴인데 돌봐주긴 누가 돌봐준다는 거예요.” 

 그는 킬킬거리고 웃다가 다시 기침을 했다. 그 고통스러운 소리에 루서는 자신의 목이 다 아파오는 것 같았다. 

“대체 목에서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죠? 쇳조각이라도 삼킨 것처럼.” 

“후, 후유 알 게 뭐냐.” 

“바깥에서 이상한 소문이 도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몰라요.” 

 대답하려다말고 루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려니 훨씬 더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그녀는 몸을 돌렸다. 

“죽부터 만들어 올게요.” 

“어이, 그냥 나가지 마. 원데?' 

“소문이란 게 늘 그렇듯 쓸모없는 헛소리죠. 신경 쓰지 마세요”

 맥 빠지게도 그는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루서를 꾸짖고 협박하고 조롱하면서까지 알아내려 들었을 텐데. 그녀의 말을 믿겠다는 순종적인 눈빛이 고맙기는커녕 속상해서 죽을 끓이는 내내 시큰해지는 코를 문질러야 했다. 

“그런데 너 결혼은 안 할 거나?”

 죽을 떠먹다 말고 느닷없이 노인이 그렇게 물었다. 루서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할 때 되면, 할 사람 생기면, 하고 싶어지면 하겠죠.” 

“허구한 날 이런 냄새 나는 노인네나 찾아오니 남자가 따르겠냐? 이 냄새 너한테도 옮겨갈지 모른다.” 

“지독한 건 사실이에요. 뭐 덕분에 자주 씻게 됐죠.” 

“씻어도 씻어도 지위지지 않는 냄새가 있다. 죽음의 냄새.” 

 대답하지 못하는 루서를 가만히 보던 그가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제 그만 와라.” 

 루서는 벌떡 일어나 그릇들을 지워 나가려다, 다시 뒤로 돌아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참 병 걸린 노인네답게 가만히 수발 좀 받으면 안 돼요? 올 때마다 기분 좀 망치지 마세요!” 

“루서, 지금 네가 있을 곳은 이 더럽고 좁은 방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네 사무실이다. 가서 몹쓸 놈들은 때려주고 빌어먹을 놈들은 처넣어. 바로 나 같은 놈들 말이다.” 

“그릴 거예요. 당신의 이 망할 병만 나으면요!” 

 그녀는 대꾸 없이 침대로 걸어가 노인의 곁에 무너지듯 주저 앉았다. 죽어가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음에도. 

‘맙소사. 나한테 재떨이를 집어던지던 그 아버지는 대체 어딜간거야!’

 문득 끔찍한 허무감이 느껴졌다. 

“루서, 얘야 루서” 

 그렇게 약해빠진 목소리로 어머니의 품을 찾듯 부르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대답했다. 

“듣고 있어요.” 

“삶은 순식간이야. 빛을 향해 날아들다 타죽는 부나방을 어리석다 비웃을 텐가? 나도 그렇게 확 타올라 가고 싶어.” 

 옛날의 그 멋대가리 없는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다면 비웃었겠지만 그르렁거리는 지금의 목소리는 어쩐지 무게감이 있었다.

“뭐예요 그게. 타죽고 싶은 거예요?' 

“이런 깜빡거리는 삶이 싫다는 거야. 날 바. 예전에 네가 기억하던 나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보란 말이야. 나는 거울을 죄 깨버렸지만 너는 볼 수 있잖니. 루서, 그러니까 루서야.”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차마 믿기 힘든 사월을 깨달았고 충격을 받아 멍하니 앉아 있는 사이 그릇이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지금 날더러 죽여 달라는 거예요7' 

 노인은 말이 없었다. 

“망할, 젠장할 노인네! 계속 이따위라면 정말 오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대로 병마와 굶주림에 떨며 깜빡이다 죽도록 내버려둘 거라고요!” 

“그래. 지금 끝내주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그렇게 해.” 

 루서는 미칠 것 같은 기분 끝에 울음소리를 홀렸다. 그에게 보일 수 없어 등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다시 쇠가 끓는 듯 지독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도망치듯 1층으로 내려오자 현관 앞을 지키고 있던 마레 부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붙잡았다. 

“이봐, 루서 양.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 

 루서는 밀지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안녕하세요, 마레 부인. 무슨 일이시죠T 

“제발 저 늙은이의 기침 좀 멈추게 할 수 없을까?' 

“아프셔서 그런 걸요. 약을 사왔으니 좀 나아지실 거예요.” 

“그래도 말이다, 난 좀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저 늙은이가 방해를 하는구나” 

 루서는 억지로 온순한 표정을 지은 채 부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대꾸보다도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가상 효과적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주 폐야. 저 소리 때문에 거슬려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고. 너도 이렇게 지주 오려면 귀찮지 않니? 하루 빨리 조용해져야 너도 이웃들도 편할 텐데.” 

 그녀의 말은 어쩌면 빨리 병이 낫길 바란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루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등을 돌려 가려는 부인을 붙잡았다. 

“마레부인?”

“왜 그러니?” 

 온화한 얼굴로 돌아보는 그녀에게 루서는 손가락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모욕을 했다. 

“이게 그리우신 것 같아서요.” 

“아, 아니 너”

 한층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루서는 몸을 돌려 저택을 나왔다.

'일주일. 그래, 일주일 후가 좋겠어. 그때 다시 찾아가자.' 


 반시간 쯤 뒤 그녀는 경시청으로 들어섰다. 

“손님이 와 계세요.” 

 출근일지를 작성하는 동안 접수처에서 일하는 여자가 눈을 지켜뜨며 말했다. 그녀는 다른 남자 직원들에게는 항상 나긋나긋하고 친절했는데 유독 루서에게만 날을 세웠다. 같은 여자를 상관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했다. 

'손님이라.' 

 땅공냄새를 맡으며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전부 반갑지 않은 일굴들뿐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거대도 없이 사무실 문을 열었으니, 그 안에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자르벤 올지라는 걸 알았을 때 루서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맙소사, 여긴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일전에 인사도 드렸고 그렇지 않아도 다시 뵈었으면 했는데 설마 먼저 찾아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누추하지만 어서 앉으십시오.” 

 무슨 말이 나가는지도 끄고 횡설수설 쏟아내던 그녀는 잠시 후에야 그 전설적인 전前총감이 이기 앉아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자르벤은 그에 관해 떠도는 소문만큼 어찌나 고결한 성품을 지니고 있던지 귀까지 빨개진 루서의 말실수를 전혀 비웃지 않 

“미안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방문하기 위해 여기 온것이 아니오. 솔직히 말해 당신을 전에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소”

 다만 더 부끄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아, 네. 그럼 무슨 일로...”

“이 사무실을 들락날락거렸을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서 온 거요. 경사.” 

“사건 의뢰라고요?' 

 부서는 하마터면 그의 면전에 대고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의 옛 부하와 동료는 물론 하나뿐인 아들까지 이곳에 높은 직위로 재직 중인데도 일반 시민과 똑같은 절치를 밟아 왔다는 점이 너무나 자르벤 올지다웠기 때문이다. 

“그럼 준비하신 서류를 보여주시겠습니까7' 

 그가 이렇게까지 나왔으니 루서도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르벤이 건넨 봉투를 받아 열어보았다. 어느 저택에 관해 조사해줄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아마 당신에게는 익숙한 곳일 거요.” 

 루서는 의아하게 저택의 주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깜짝 놀 롤랑 거리 6번지, 유일한7충 저택. 방금 그녀가 다녀온 곳이었다. 그 저택은 롤랑 거리에서 명물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유명했다. 어쨌든 레드포드에서 7충짜리 건축물이란 혼치 않았던 것이다. 면적으로만 따지자면 물론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일하는 경시청도 4충 건물에 불과했다. 저택의 주인인 보이드 씨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상한 소문들이 떠돌았다. 맨 꼭대기 충에 거주중인 그는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무언가를 먹거나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는다는 것 

이었다. 워낙 두문불출하다 보니 만들어진 헛소문이겠지만 어쨌든 만나기 힘든 기이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실제 루서의 경우에도 오래도록 저택을 들락날락하는 동안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었다. 

“귀한 분 모셔두고 종일 이것만 읽을 수 없으니 간단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 저택을 수사하라는 겁니까?”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누군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소. 갑자기 행방불명되어 도통 보이질 않는다는 거였지. 사라진 사람이 살고 있던 곳이 바로 그 저택의 3충이오. 이름은 아돌프이고 옥외 하인을 하던 남자였지.” 

 루서도 아는 이름이었다. 워낙 미남인지라 귀부인들이 몹시 탐내는 바렛 후보라고 사교계에서도 유명했던 것이다. 부탁을 한 상대가 누구인지도 짐작 가능했지만 자르벤을 존중해서 말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부탁이었던 관계로 처음에는 나 혼자서 이것저것 알아보았소. 한데 그에 관해 조사하다가 어떤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지.” 

 루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을 드나들면서 특별히 수상한 기색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이다. 

“최근 몇 주 사이 그 저택에서는 무려 세 명의 입주자가 사라졌소.” 

 자르벤은 그것이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눈을 빛냈다. 빼앗듯이 서류를 가져가 저택의 구조가 그려진 페이지를 가리키는 그는 경시청 사상 가장 유능했던 현역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우선 1층에 살고 있던 박제사 스타프 씨. 서류에는 포르말린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나는 바람에 죽었다고 되어 있소.”

 하지만 포르말린에 불이 붙어 사고가 났다면서 그것이 든 병은 멀쩡하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병 안에 빈쯤 남아 있었다고까지 했다. 게다가 스타프 씨의 몸 주변 말고는 불에 탄 다른 곳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몸에만 불을 지른 것처럼. 

“내가 아직 총감으로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사건을 종결한 얼간이는 즉시 내쳤을 거요.” 

 루서는 그 얼간이가 자르벤의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사실을 굳이 일러주지 않기로 했다. 이토록 꼼몸히 조사한 그가 모를 리도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2층에 살던 시인의 실종이오”

 루서도 마레 부인으로부터 그 청년이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났다는 말을 전해들은 터였다(아무튼 그놈의 노인네는 왜 그런 이야기만 좋아하는지). 하지만 자르벤의 말에 따르면 청년은 사라지기 직전 집세를 한꺼번에 모두 지불했다고 한다.

“그러고서 갑자기 없어진 거지. 급히 떠나야 했다면 방이 그토록 정갈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소. 짐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고.“

 루서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까마득한 옛 상사의 불법 가택수색을 묵인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아돌프는 부인과 단 둘이 살고 있었소. 사라지기 전날 스스로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내는 등 기이한 행동을 저지르다 갑자기 없어졌다고 하더군. 그의 방은 문이 부서져 있었으나 안은 멀쩡했소. 2층 시인의 것과 마찬가지로 집과 돈 모두 그대로 남아 있었지.”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원가 이상하긴 했다. 그 모든 일이 전부 최근에 일어났던 것이다. 

“이 저택의 사람들이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1층부터 차례대로.”

 생각에 빠진 재 중얼거리고 나서야 그녀는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자르벤은 담담하게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다음이 바로 4층이고, 두 개의 방 중 하나에 바로 당신 아버지가 살고 있지.” 

 루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자르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저에 대해서도 조사해보신 겁니까7'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소? 

 느긋하게 마주보는 그는 역시나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제 아버지를 의심하시는 거라면, 아닙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십니다.” 

“의심하고 있는 건 맞소만 그건 범인으로서가 아니라 다음 피해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요.” 

“하지만 전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일부러 저지르는 짓이라고 하기엔 동기도 증거도 부족합니다.” 

 자르벤은 코웃음 치며 웃고는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알겠소. 어쨌든 나는 성실한 시민의 의무로 수상한 저택에 다한 신고를 마셨소. 그에 대해 수사하고 말고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지.” 

 딱딱한 그의 어조에는 실망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루서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이유 없이 부끄러워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누군들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 천재적인 직괸을 내보이고 싶지 않을까. 

“그럼 일단 두고 돌아가십시오. 경감님께서 승인하신다면 한 번 착수해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어차피 내게 중요한 건 없어진 그 남자를 찾는 것이니까.” 

 그가 모자를 눌러쓰고 돌아간 뒤 루서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과도한 의심이었다. 그럼에도 딱 잘라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자르벤 올지를 실망시기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제정신이 틀어박힌 경감이라면 이런 수사를 승인해줄 리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루서는 그녀보다 두 살이나 어린 경감의 얼굴을 칠 뻔 했다. 

“경감님처럼 농담을 진담처럼 하시는 분은 처음 봅니다.”

“경사처럼 진담을 농담처럼 듣는 사람도 처음 보는군.” 

 경시청 수사반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이 재미없는 남자는 가르 올지로, 조금 전 다녀간 경시청의 전설 자르원 올지의 하나훈인 아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앉아 이래라 하는 게 못마땅하긴 해도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곤 모두가 인정 할 만큼 능력 있었다. 

“정말 하란 말입니까? 이걸요?”

“안 할 거면 왜 나한테 허락 맡으러 가져왔지?”

“그야 당연히 존경하는 경감님께서 저 대신 거절해주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존경받을 만한 경감은 지금 하라고 말했네”

 가르 올지는 땅콩을 까먹으며 한가로이 대답했다. 경시청 복도에 늘 구수한 냄새가 떠도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었는데 그 비싼 걸 간식처럼 먹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형체도 원인도 이유도 없는 이런 사건은 경감님의 아버님이라 해도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아버지의 능력과 업적이 자네의 변명에 이용되어야 할 이유가 있나?”

 그의 목소리가 바로 날카로워졌다 위대한 아버지를 둔 아들다운 반응이었다. 

“아뇨, 그러니까 제 말은”

“하라면 해.” 

“보나마나 시간낭비일게 뻔한 이런 일에 저 같은 고귀한 인력

“자리 뺄래?”

“착수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지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바로 돌아서는 그녀에게 가르 올지가 툭 던지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네의 승진 건은 기각되었네.” 

“정당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표면적으로야 늘 그렇듯 경험 부족. 그러나 진짜 이유가 원지는 자네도 잘 알겠지.” 

 몹시 고소하다는 목소리였다. 루서는 더 말하지 않고 그 방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가장 먼저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찼다. 하지만 즉시 후회하며 도로 주워 남았다. 책상에 앉아 전보를 하나 쓴 그녀는 경관을 통해 부치도록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찾을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다만 그와 사건 중 뭐가 더 난해한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멀리 에즈 강이 내다보이는 그 카페는 롤랑 거리에서 인기 있는 

가게 중 하나였다. 루서는 늘 마시던 커피를 시기고 장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그는 반시간 이상 늦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동안 강변을 거니는 연인이나 예술가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요즘 일이 바쁘신가 봐요”

“좀. 이 커피가 어찌나 그립던지. 경시청까지 배달해주면 좋을 텐데.” 

“요즘 손이 부족해서 말이죠. 바코드 씨에게 직원을 늘려달라고 했지만 그럴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새 직원이 온다고 해도 다들 라벨 군만 찾을 게 분명하니까”

 라벨은 부드럽게 웃었다.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루서는 역시 아깝다고 생각했다. 이런 남자라면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법도 한데 말이다. 1년 전이었던가, 농담처럼 그렇게 말했다가라 라벨로부터 딱 자른 거절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는 저렇게 웃고 있었다.

“여기서 누글 만나기로 하셨나 보죠?”

“그래. 휴안 녀석 기다리고 있어” 

라벨의 웃음이 희미해졌다. 

“마침 저기 오시는군요.” 

 그가 창밖을 가리기더니 도망치듯 쟁반을 들고 가버렸다. 루서는 그가 말한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확실히 멀리서도 정확히 알아보겠군.” 

 휴안은 마치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사람들을 정확히 반으로 가르며 걸어오고 있었다. 우르르 피했던 사람들의 시선은 그가 지나갈 때까지 주욱 따라왔다. 어린 꼬마들은 멋모르고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기다 부모의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잠시 후 카페문이 열리고 누군가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렸지만 루서는 결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휴안 오스필 등장이오! 그만 고개를 드시지요. 레이디.” 

“...같은 색의 구두를 신고 다닌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휴안.”

“하지만 바로 이 몸의 출중한 감각이 근엄하게 꾸짖는다네.” 

“좋아. 그렇지만 부탁인데 그 별모양 스카프는 좀 풀어. 게다가 아가씨들처럼 매고 있잖아!” 

“이런, 이게 탐났나? 미안하지만 아끼는 거라 줄 수는 없네.” 

 루서는 그냥 입을 다물기로 혔다. 왜 좀 더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지 않은 건지 후회되기만 했다. 그때 라벨이 물 한 찬을 가지고 되돌아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휴안은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곤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 몸은 이런 서민 카페에서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 지금 내 정강이를 걷어찬 것이 루서 자낸가?”

“아하하. 미안해, 라벨 군.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 봐.” 

 라벨이 돌아가자 루서는 휴안을 끌어다 강제로 옆자리에 앉혔다. 그는 점잖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자네의 이런 과격한 애정표현이 심히 당황스럽긴 하지만, 정그러하다면 이 몸이 결혼해 줄 수도 있네.” 

“입 닥치고 자작이면 자작님답게 품위 좀 지켜”

“그래, 농담은 관두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일에 치이고 생활에 찌들어 친구 생일마저 잊어버리는 사람이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을까?”

“석 달이나 지난 그 일은 좀 잊어버리지 그래.” 

“원래 가해자는 금세 잊고 피해자는 영원히 잊지 못하는 법이지.” 

 루서는 뜨거운 커피를 맥주처럼 벌컥벌컥 들이기곤 탕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난 정말 불리한 입장인데다 온갖 음모에 빠져 일이고 생활이고 제대로 안 돌아가는 판이니 한 마디로 이 사태를 해결하겠어. 미안.” 

 휴안은 낄낄거리고 웃었다. 

“받아들이지. 대신 나와 헤어질 때까지 이 스카프를 해줘야 겠어”

 루서는 항의하고 화도 내고 애원도 해봤지만 결국은 별모양 스카프를 멋들어진 경시청 제복 위에 둘러야 했다.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이 소리 죽여 웃는 거야 상관없었지만 멀리서 라벨까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을 때는 꼭 죽고만 싶었다. 

“그럼 이제 들을 준비가 된 것 같군. 무슨 일인가?”

“이것부터 보도록 해. 자르벤 올지가 나한테 맡긴 사건이야.” 

 휴안은 루서가 건넨 서류를 필쳐보았다. 대충 홀듯이 빠르게 넘기고 있었지만 루서는 그가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커피 두 모금 마시기도 전에 다 읽어본 휴안이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그냥 요약해서 말해줘.” 

 서류의 다른 훌륭한 용도로써 그녀가 휴안의 머리를 내리쳤을때 그가 깨닫기나 한 듯이 물었다. 

“그런 건가7”

“그런 거라니?”

“보이드 씨는 바퀴벌레 공작과 결탁한 거로군7' 

“무슨 바귀벌레 공작!” 

 휴안은 키득거리며 웃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세나.” 

“어딜7' 

“어디긴 수사현장이지. 이거 기습이 다 두근거리는구만”

“기다려! 갑자기 거길 가서 어쩌겠다는...”

 휴안은 이미 카페문을 박자고 나간 뒤였다. 루서는 이를 갈며 급히 지폐를 테이블 위에 놓고 쫓아나갔다. 

“다음에 봐, 라벨!” 

 종소리가 들리고 문이 닫히자 라벨은 천천히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테이블 위의 돈을 집고 잔을 치우던 그는 자리에 남겨진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작성자 이름이 자르벤 올지로 되어 있는 그것은 경시청의 사건의뢰서였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 모험과 낭만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먼지 뒤집어쓰며 남의 집으로 몰래 기어들어가는 게 참도 낭만적이군.” 

“자넨 감수성이 너무 부족해.” 

 건물 뒤쪽에서 발견한 환풍기와 한참을 씨름한 끝에 두 사람은 1층 오른쪽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온갖 약품명과 어지러운 선반. 한쪽에 보이는 시커멓게 탄 자리 등이 박제사의 방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군. 모는 것이 서류에 묘사한 그대로라니.”

“그건 당연한 거지 왜 이상한 일이야.”

“이 저택엔 주인이 있지 않나. 누군가 죽어나간 방이라면 찜찜해서라도 깨끗이 지운 다음 새 입주자를 들여야 마땅할 텐데. gm음,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로군.” 

"뭐지?"

 휴안은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며 아주 중요한 정보라는 듯 비밀스럽게 말했다. 

“보이드 씨는 지독한 게으름뱅이다.” 

루서는 한순간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진지해지지 않으면 네놈이야말로 지독하게 맞을 줄 알아.” 

 왜인지 휴안은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감쌌는데 그녀는 자마 이유를 물어보기도 두렵다고 생각했다. 외면한 채 방을 더 둘러보려는데 그가 문득 나가자고 말했다. 

“벌써?” 

“더 볼 게 뭐 있나. 이 저택엔 방도 많으니 빨리 끝내자고.” 

“하지만...”

그가 대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기는 바람에 루서는 깜짝 놀랐다 

“뭐야, 열려 있었잖아,7' 

“그야 당연하지.” 

“그럼 왜 흰풍기로 고생해서 들어온 거야?” 

“그게 수사관다우니까.” 

 루서는 언젠가 반드시 그를 흠씬 두들겨 주리라 마음먹었다. 다음 층 시인의 방도 열려 있었다. 그의 방을 둘러보던 루서는 새삼 자르벤의 보고서가 얼마나 세밀하고 정확했는지 깨닫고 감탄했다 지나치게 정갈한 집안은 그가 묘사한 그대로였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난 시인‘ 라.'

 루서의 머릿속에는 문득 낡은 노트 한 권과 연필 한 자루를 든 채 훌쩍 떠나버린 시인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왠지 시적이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휴안이 책장 쪽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라도 있어?” 

“여기 빈자리가 있군.” 

 그가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서 틈을 찾아냈다. 딱 책 한 권이 빠졌을 법한 크기였다. 

“시인은 고향으로 돌아간 거로군.”

 밑도 끝도 없이 단정 짓는 것이야말로 그의 특기였다. 루서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와?' 

“우선 3충부터 둘러보지. 거기야말로 가장 중요하니까.” 

 3충 또한 자르벤의 보고서대로 자물쇠가 부서져 있었다. 휴안은 그것을 한동안 홍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상하군, 이상해” 

 그는 빙글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 들어서던 루서는 비명을 질렀다. 

“서류를 카페에 놓고 왔어.”

“나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보다 그깟 서류가 중요한.... 알았네.”

 루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라벨 군이 잘 보관하고 있겠지. 가는 길에 얼굴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 잘됐는지도.” 

“그깟 서민의 어디를 사랑하는 건가?”

“누가 사랑한다는 거야!”

“후후. 기다려라 서민. 곧 나의 에중이 담긴 칼을 받게 될 것이니.”

 루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부억으로 이동했다. 먼지가 쌓인 땅과 공방이가 핀 치즈 한 조각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음식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부인과 같이 살고 있다지 않았나? 아무리 가난해도 이건 좀 처참한데.”

“그래. 요리. 청소. 빨래. 그 무엇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자수는 물론 옷을 짓는 도구조차 없군. 아무래도 그녀는.... 흐음, 자물쇠의 의미는 그거였군.” 

“혼자만 자꾸 납득하지 말고 설명을 곁들여달라고.” 

“좋아 그럼, 일단 앉지.” 

 그는 마지 자기 방인 것처럼 하나뿐인 안락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곤 무릎을 탁탁 쳤다 루서가 무시하고 반대편 의자에 앉자 그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재미없긴. 그럼 우선 1층에서 일어난 화재부터 짚어보지. 그화재는 무언가를, 아마도 박제사의 시제를 은폐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 틀림없네.” 

“어째서?”

 그는 대뜸 코트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 내밀었다 

“박제사의 방에서 찾은 거야.” 

 받아든 루서는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후안은 가윗날을 펴보라는 시늉을 했고 루서는 그렇게 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맞아. 누군가가 가위로 사람의 살을 잘랐어.”

“하지만 그럴 리가... 아마 동물의 피부일 거야.” 

“그건 가져가서 알아보도록 해. 아무튼 방 전체가 아닌 시체에 만 포르말린을 부어 불을 지른 걸 보면 감춰야 했던 것은 박제사의 시체 하나뿐이야. 흥미롭게도 우리는 가위로 도려낸 사람의 살을 발견했지. 그렇다면 그건 박제사의 것이 아닐까? 범인은 그의 몸에 무슨 짓인가를 했고 그걸 감추기 위해 불을 지른 거지.” 

 루서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얼른 가위를 놓았다. 

“끔찍한 얘긴데 그건.”

“그래. 그 방에서는 필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거야. 틀림없어.” 

 눈동자를 한곳에 고정하고 있는 그는 그 끔짝한 일을 상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했다. 루서는 괜한 불안감을 느끼며 화제를 돌렸다.

“2층 시인이 고향으로 떠났는지는 어떻게 일아?”

“그는 발렌틴의 대단한 추종자더군. 사라진 책이 딱 한 권 있었지? 그건 발렌틴의 전집 중에 고향인 이곳 레드포드를 그리며 쓴 시만을 모은 것일세. 그걸 가지고 떠났든 읽다 버렸든 누군가에게 줘버렸든 그는 무의식중에 고향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이렇듯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해버리고 갈 곳은 역시 저승 아니면 고향뿐이야. 하지만 유서가 없으니 일단은 고향이라고 해두지. 거기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어린 녀석 다운 희망이라도 가졌을지 누가 알겠나. 그가 자신이 쓰던 시마저 모두 버리고 떠났을 거란 거에 내 온 매력을 걸겠네.” 

 부서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물었다. 

“정말 책 하나로 그런 결론을 내린 거야, 아니면 어차피 누구도 답을 모르니 대충 던져보는 거야?”

“어허, 이 몸의 권능을 의심하다니. 어쨌든 이제 우리가 자리하고 있는 이 3층으로 올라와보지. 여긴 참 묘해. 정말로 이상한 집구석이야.” 

 그는 새삼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혀를 찼다. 

“어질러진 방안, 의자 침대 할 것 없이 묻어 있는 음식물의 얼룩. 마치 어린아이라도 함께 살고 있었던 것 같지 않나?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아이가 없지. 몇 년 동안 옥외하인을 할 정도라면 남편은 출중한 외모에 더불어 뛰어난 능력까지 지녔을 테고, 그렇다면 이 가엾은 무질서의 주인공은 그 부인이야. 제대로 된 식재료도 옷감도 갖춰져 있지 않는 걸로 봐선 도저히 안주인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지. 그녀는 아마 지능이 좀 떨어지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

“허. 귀부인들이 그렇게나 탐내던 그 아돌프의 부인이 어딘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대신 엄청난 미인인가 보지.” 

 휴안이 어깨를 으쓱하자 루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과 실종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야?”

“거기서부터는 두 가지 가설로 나뉘어. 자네가 추측하는 대로 자르벤 올지에게 이 옥외하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은 카일레 백작부인임이 틀림없어. 두 사람이 친척지간이라는 것과 근래에 떠들던 그녀에 대한 창피스런 소문을 생각해봐도 그렇지.”

“음 그런데?”


자 여기까지입니다. 아주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이야기가 끊겼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책을 다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의 내용인지 소개해드리려는 것이니까요. 잘 읽어보셨다면 당연히 느끼셨겠지만 글 전체에 음습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흐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며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은작가님이 이런 글을 참 잘 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작품들에서도 약간씩 느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그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어나지 상상이 되십니까? 저는 정말 전혀 짐작도 못하고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에 완전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런 전개였다니!!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적 결말, 글을 읽는 내내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주다가 또 느슨하게 풀어줬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괴롭히는 필력이 참 대단합니다. 하지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또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하지은의 책순위 보이드씨의 기묘한 저택 책소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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