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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순위 트와일라인 뉴문 책소개

람보디아K 2017. 7. 5. 14:00

책순위 트와일라인 뉴문 책소개


책순위 트와일라인 뉴문 책소개입니다. 지난번 트와일라잇 책을 소개해드린 이후로 두 번째 소개입니다. 트와일라잇의 다음편인 뉴문, 이 소설 역시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전편에 이어서 뛰어난 영상미로 많은 여성분들의 호감을 샀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원작 소설 세가지 중 두 번째로 뉴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소설 역시 한때 책순위에도 올랐던 작품으로 손에 잡힐 듯한 뛰어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래는 그중 한 단원인 초원편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단원 역시 전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개념만 알고 계신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또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초원 : 제이콥은 전화하지 않았다. 처음 내가 전화를 걸었을 빌리가 전화를 받아 제이콥이 아직 누워 있다고 말했다. 나는 주제넘게 참견하듯. 빌리가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는지 확인했다 빌리는 병원에 다녀왔다고 대답했지만, 이상스럽게도 나는 그의 말을 믿지 못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를 내리 전회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토요일이 되자 나는. 전화 걸 때까지 기다리라던 제이콥의 말을 무시하고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 더럭 겁이 났다. 제이콥이 너무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이라도 한 걸까? 집에 오는 길에 병원에도 들렀지만. 인내 데스크의 간호사는 제이콥도 빌리도 병원에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찰리가 퇴근을 하자마자 해리 클리어워터의 집에 전화를 걸도록 했다. 찰리가 오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동안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정작 제이콥 에기는 나오지 않은 채 대화가 영원히 이어질 듯했으므로. 해리가 심장 때문에 겸사를 받느라 병원에 갔던 모양이다. 갈리는 이맛살을 산뜩 찌푸린 채 걱정을 했지만 해리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넸고. 결국 찰리도 친구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갈리는 그런 다음격야 비로소 제이콥 이야기를 물었는데, 내 쪽에선 흠과 응이라는 대답밖엔 들을 수 없었으므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내가 싱크대를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두들기자. 찰리는 내가 손을 꼼짝 못하도록 붙잡았다. 마침내 찰리는 전화를 끊고 나를 돌아보았다. 

“해리 말로는 그 동네 전화선에 문제가 있었다는구나. 그래서 연결이 안 된 모양이야. 그리고 빌리가 제이콥을 그쪽 병원에 데려갔는데 단핵구증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더라 너무 피곤해해서 빌리가 집에 아무도 못 오게 했단다.”

“집에 아무-도 못 오게 했다고요?” 

내가 믿어지지가 않아 되묻자 찰리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설마 자진해서 흑사병에 걸려올 작정은 아니겠지? 아들 일이니 빌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 곧 툭툭 털고 일어날 거야. 좀 기다려봐라.”

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찰리는 해리의 건강을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분명 그게 더 중요한 문제긴 하니까, 사소한 걱정으로 그를 괴롭히는 건 옳지 못한 짓 같았다. 그래서 대신 나는 이층에 올라가 컴퓨터를 켰다. 온라인 의학 자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검색창에 단핵구증을 입력했다. 단핵구증에 대해 내가 알아낸 사실은 키스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분명 제이콥의 경우와는 달랐다. 재빨리 증상을 읽어 보니 발열은 확실히 맞는 듯했지만 나머지는 수긍이 가지 않았다. 목이 심하게 아프지도 않았고 전신 피로감나 두통도 증상에 해당되지 않았다. 최소한 영화관에서 집에 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제이콥은 아주 멀쩡하다고 말했었다. 그런 식으로 병이 단시간에 진행될 수도 있는 걸까? 검색 내용에는 목이 아픈 증상이 제일 먼저 나타난다고 되어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며,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문득 의아해졌다. 빌리의 이야기를 전혀 못 믿겠다는 듯 ‘의구심’ 에 사로잡혀 있을 이유가 있나? 빌리가 해리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아무래도 나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냥 걱정이 될 뿐인데. 제이콥을 못 만나게 될까 봐 두렵고 초조해서 . 나는 좀 더 정보를 파악하고자 재빨리 나머지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단핵구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는 부분에 시선을 멈추었다. 한달이나?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빌리가 한 달이나 집에 아무도 못 오게 할 리는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순 없겠지. 얘기 나눌 상대도 없이 그렇게 오래 침대에 누워 있다간 제이콥은 아마 미쳐버릴 게 뻔했다.  그나저나 빌리는 월 두려워하는 것일까? 검색 내용에 따르면 단핵구증에 걸린 환자가 운동을 피해야 한다고는 되어 있었지만,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다. 별로 전염성이 강한 병은 아닌 듯했다. 나는 주제넘게 나서기 전에 일단 빌리에게 일주일의 여유를 주기로 했다. 그 정도면 나로선 관대한 처사였다.


 일주일은 몹시 길었다. 수요일쯤이 되자 나는, 토요일까지 살아 있을 자신도 사라지 고 말았다. 일주일 동안은 빌리와 제이콥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결심해 놓고도, 나는 정작 제이콥이 빌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를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부재중 메시지가 있는지 제일 먼저 전화기부터 확인했다.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세 번이나 먼저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은 너무 길었고. 지독하게 외로웠다. 제이콥이 결에 없으니 그간 스스로 억눌러왔던 모는 고통들이 새로이 나를 집어삼켰다. 나는 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꿈이 끝나는 지점을 이젠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저 끔찍한 공허뿐이었다. 꿈의 절반은 숲속에서. 나머지 절반은 하안 저택이 사라져버린 텅 빈 양치식물의 바다 속에서 헤매야 했다. 가끔 샘 울리가 숲속에서 나타나. 나를 관찰하기도 했다. 그의 존재는 전혀 위안이 되지 못됐으므로 나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있다고 해서 내 외로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밤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것도 막아줄 수 없었다. 가슴에 뻥 뚫린 구명은 비할 데 없이 커져갔다. 이젠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믿었었지만. 여전히 나는 매일 밤 온몸을 웅크리고 뒹굴며 만신창이가 된 몸을 부여안고 숨을 헐떡였다. 나 혼자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며 새벽에 퍼뜩 눈을 뜬 나는 그날이 토요일임을 깨닫고 무한한 안도감을 느꼈다. 오늘은 제이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아직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으면 라푸시에 직접 가 봐야지. 그 어느 쪽이든 지독히도 외로웠던 지난 한 주보다는 나을 것이다. 

 나는 전화번호를 누른 뒤 기대감에 젖이 기다렸다. 겨우 두 번 벨이 울린 뒤 빌리가 전화를 받아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보세요?” 

“와. 이제 다시 전화가 되네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지 벨라에요. 제이콥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아직도 면회사절인가요? 잠간 들르고 싶은데요.”

“미안히구나, 벨라.” 

 빌리가 내 말을 끊었다. 그 목소리가 하도 무심해서 나는 그가 재미있는 TV중계라도 보고 있던 걸까 의이해졌다. 

“제이콥은 집에 없다.”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다 나은 거예요?” 

 빌리는 잠깐, 하지만 너무 뜸을 들인다 싶을 정도의 시간 동안 머뭇거렸다. 

“알고 보니 단핵구증이 아니었어. 다른 바이러스였다더구나.” 

“아. 네. 그럼--- 어디 갔어요?” 

“친구들이랑 포트엔젤레스에 갔다. 영화를 두 편 연속 상영한다지. 아마. 온종일 집에 없을 거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외출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니 정말 잘 됐어요.” 

주절대는 내 목소리가 한없이 가식적으로 들렸다. 몸이 나아졌으면서 나한테 전화를 할 생각이 안 들었다니. 그러면서 친구들과 외출을 하다니. 나는 집에 홀로 앉아 매 시간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내내 외로움과 지루함을 견디며, 걱정으로 가에 구멍이 뻥 뚫린 채 괴로워했는데. 제이콥의 사정은 나와 달랐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젠 아예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특별히 전할 말은 없니?” 

 빌리가 예의를 차리려는 듯 물었다. 

“아뇨, 없어요.” 

“그럼 네가 전화했더라고 전해주마. 잘 있어라. 벨라." 

“안녕히 계세요.”

내가 대꾸했지만 이미 그는 전화를 끊은 뒤였다. 나는 수화기를 든채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두려워하던 대로, 제이콥은 마음을 바꾼 게 틀림 없었다. 내 충고를 받아들여, 괜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기로 한 게 분명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일순간에 사라져버리는 듯했다.

“뭐 잘못 됐니?” 

“아뇨. 빌리 아저씨 말씀이 제이콥 병이 다 나았다네요. 단핵구증이 아니었대요. 다행이죠 뭐.”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그 녀석이 이리로 온다든, 아니면 네가 그쪽으로 가기로 했니?”

 찰리가 냉장고를 뒤지며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둘 다 아니에요. 다른 친구들이랑 외출했대요.” 

 마침내 찰리는 내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듯했다. 그가 슬라이스 치즈 봉지를 집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점심 드시기엔 아직 좀 이르지 않아요?” 

 나는 그의 걱정을 무마시켜 보려고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를 냈다. 

“그게 아니라 뭐 좀 싸가지고 강에 나가려고...”

“아. 오늘 낚시하러 가기로 하셨어요?” 

“음. 해리가 전화를 했더라... 비도안오고해서.” 

 그는 변명하듯 말하며 싱크대에 음식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제이콥도 없는데, 내가 그냥 집에 있는 게 좋겠니?” 

“괜찮아요. 아빠. 날씨가 좋으면 물고기도 더 잘 잡히잖아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재 나를 빤히 응시했다. 딸이 또다시 걸레처럼 축 늘어지게 될까 봐. 혼자 집에 두고 나가기 꺼려지는 것이리라. 

“정말이에요, 아빠. 전 제시카한테 전화해 보려고요." 

 나는 얼른 둘러댔다. 온종일 아빠의 감시를 받느니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나을테니까. 

“곧 삼각함수 시험이 있어서 준비해야 하거든요. 같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론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할 테지만. 

“그거 좋은 생각이로구나. 그동안 너무 제이콥이랑만 어울려서 다른 친구들이 섭섭했을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른 친구들도 생겨야겠다는 양 고개를 끄덕였다. 찰리는 안심한 듯 돌아서려다 다시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공부하거나. 제시카네 집으로 가는 거지?” 

“그럼요. 달리 어딜 가겠어요?“ 

“전에도 에기했지만 숲엔 들어가지 마라.”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으므로 그의 말을 이해하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또 곰이 나타났나 보죠?” 

 찰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등산객 한 사람이 실종됐어. 산림 순찰대가 오늘 새벽에 텐트를 찾았는데 안이 덩 비었더란다. 주변엔 커다란 짐승 발자국이 있고... 물론 짐승들이 나중에 음식 냄새를 맡고 접근했을 수도 있겠지만....아무튼 지금 여기저기 덫을 설치하고 있어.” 

 나는 찰리의 경고를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제이콥 일에 워낙 화가 나서 곰한테 물려죽을 가능성쯤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찰리는 서둘러 낚시를 떠났다. 제시카한테 전화하는지 확인까지 할 짬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아버지 앞에서 거짓 통화를 하는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공부할 책을 식탁으로 가져와 가방을 싸는 시늉을 했다. 확실히 좀 오버긴 했다 찰리가 빨리 낚시를 하러 나가 야 할 상황 아니었다면. 외려 더 의심만 샀겠지, 아빠 앞에서 바쁜 체를 하느라 너무 정신을 팔았던 모양이다. 진짜로는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난감함은 그가 차를 타고 떠난 다음에야 내 뒤통수를 때렸다. 정적 속에 부엌 전화를 2분쯤 바라보고 있으려니 집에 있기 싫다는 생각이 점점 더해졌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뭐가 있는지 살폈다. 제시카에게 전화를 걸 순 없다. 나에게 있어 제시기는 이미 멀리 떠난 사람이나 같았으므로.

근처 라푸시로 차를 몰고 가서 오토바이를 타는 방법도 있겠지. 대단히 매력적인 생각이었지만 한 가지 작은 문제가 있었다. 만약의 경우에 응급실로 나를 데려가줄 사람이 없다는 점. 아니면... 트럭엔 아직 지도와 나침반이 실려 있다. 여러 번 따라다닌 터라 이센 혼자서도 길을 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제이콥이 언제 다시 나를 찾아오는 아량을 베풀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오늘 나 혼자서 예상 진로 두 개쯤은 지워버릴 수도 있을지 모르지. 제이콥올 다시 만날 날이 언제가 될 것인지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능성도 일단 제쳐두기로 하자. 찰리가 나중에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약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오늘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었다. 

 몇분 뒤 나는 딱히 어디인지도 모를 곳을 향해 뻗은 낯익은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바람을 온 얼굴에 느끼고 싶어서 창문을 모두 내렸다. 잔뜩 gm렸지만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포크스에선 대단히 좋은 날씨라 할 만했다. 산으로 출발하기까지 나는 제이콥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다. 늘 차를 세우던 곳에 트럭을 주차한 뒤에도 콤파스 비늘과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지도의 예상 진로를 맞춰보느라 15분이 넘게 걸렸다. 거미줄처럼 그려진 예상 진로 가운데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아냈다는 확신이 든 다음에야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오늘 숲은 특히 생명력이 넘쳤다. 모든 생물들이 잠시나마 비가 그친 날씨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가고, 들쥐들이 이따금씩 관목 숲으로 달아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쩐지 오늘의 숲은 나에게 더 으스스해 보였다. 가장 최근에 꾼 악몽이 연상됐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혼자라는 사실 때문인 결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제이콥의 유쾌한 휘파람과 옆에서 누군가 축축한 땅을 짚는 소리가 그리웠다. 숲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불안감은 짙어졌다. 숨쉬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는데. 그건 고된 능선 때문이 아니라 또 내 가슴에 뚫려 버린 구멍 때문이었다. 나는 두 팔로 상체를 꼭 감싸 안은 재. 생각에서 비롯된 고통을 떨쳐버리려고 에를 썼다. 거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뻔 하기도 했지만, 지금껏 한 수고를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계속해서 묵직한 걸음을 옮기자 내 발자국 소리가 만들어낸 리듬이 내 마음을. 고통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결국엔 숨쉬기도 편인해졌으므로 나는 포기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이전! 등산로도 아닌 숲길을 해치고 걷는데 꽤나 익숙해져 있었다. 전보다 속도가 빨라진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나는 내가 일마다 열심히 걷고 있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막연하게 5,6킬로미터쯤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채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커다란 덩굴가지를 서로에게 뻗은 단풍나무 터널 아래를 지나 가슴 높이까지 자란 양치식물을 밀치고 걸어나가자, 갑자기 눈앞에 초원이 나타났다.

 내가 찾던 그곳임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숲속에서 그렇게 똑같은 모양의 공터를 발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곳은 누군가 일부러 동그란 원을 그리려고 나무와 풀을 베어버리면서 그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은 것처럼 완벽한 원 모양이었다. 서쪽에서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들려왔다. 햇빛이 없으니 그때처럼 눈부시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우 아름답고 평온했다. 야생화가 필 시기는 아니었으므로, 초원 바닥엔 키 큰 풀들이 뒤덮여 파문을 일으키는 호수처럼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분명 같은 장소였지만... 그곳에 내가 찾아 헤매던 그 이유는 없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실망감이 엄습했다. 나는 초원 가장자리에 그대로 무릎을 꺾으며 주저앉아 헐떡이기 시작했다. 더 걸어들어갈 의미가 있을까? 여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데.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추억 뿐이다. 추억에 동반되는 극렬한 고통을 참을 수만 있다면, 굳이 이곳에 오지 않더라도 추억은 내가 원할 때마다 언제든 불러올 수 있었다. 이제 고통은 나를 집어삼켜 싸늘하게 피를 식혀버렸는데. 그와 함께 있지 않는 한 이곳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내가 이곳에서 정확히 무엇을 느끼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초원은 그저 텅빈 공간에 불과했고 다른 곳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악몽과 똑같았다.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최소한 나는 이곳을 혼자서 찾아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감사의 마음이 밀려들었다. 만일 제이콥과 함께 초원을 발견했더라면... 지금 느끼는 것과 같은 수장의 심연을 숨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조각조각 찢어지는 이 마음을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커다란 구명이 너덜너덜 해지지 않도록 온몸을 웅크리고 뒹굴어야 하는 고통을 어떻게 변명한단 말인가? 차라리 관객이 없는 쪽이 훨씬 낫다. 게다가 내가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여길 찾느라 그렇게 과했으니, 아마도 제이콥은 내가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리라 짐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억지로 웅크렸던 몸을 펴고 그곳을 벗어나 달아날 힘을 짜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텅빈 공간을 지켜보려니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이 밀려와 당장이라도 비칠비칠 달아나고 싶었다. 그나마 혼자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혹독한 고통 속에 억지로 다리를 펴 일어나면서. 뒤틀린 만족감 속에서 혼자라는 말을 곱씹었다. 바로 그 순간 북쪽으로 서른 발자국쯤 떨어진 숲 가장자리에서 형체 하나가 모습을 드러넀다. 찰나의 시간 동안 현기증이 날 만큼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엔 놀랐다. 등산로에서 멀리 벗어난 곳이었으므로 다른 사람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어 숨죽인 듯 가만히 서 있는 형체에 초점을 맞추고. 창백한 피부색을 확인한 순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희망이 샘솟았다. 이어 검은 머리칼에 감싸인 얼굴이 내가 원하던 이의 얼굴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에는 예리한 칼날에 찔리듯 비참함이 밀려왔으므로 나는 이를 악물었다. 다음 순간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얼굴을 혼동할 리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형체. 그건 내가 슬피 그리워하던 사람도 아니었지만. 길을 잃은 등산객도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이는 얼굴이었다. 

“로렌트!”

나는 반가운 사람을 부르듯 외쳤다. 그것은 비이성적인 반응이었다. 두려움 때문에 아마도 되가 정상적인 사고를 중단한 듯했다. 처음 만났을 때 로렌트는 제임스의 일행이었다. 나를 목표로 삼았던 그 사냥 이후 그는 일행과 합류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일행보다 규모가 더 큰 일행의 보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상황이 달라진 경우엔. 나를 먹이로 삼는 데 망설임이 있을 턱이 없었다. 물론 그의 식성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긴 했다. 윤리적인 이유로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한 또 다른 가족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지독한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제대로 된 반응일 테지만. 지금 내 감정은 더없는 흡족함뿐이었다. 초원은 다시 마법의 공간이 되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무서운 암혹의 마법이었지만 어차피 마법인 건 마찬가지니까. 이제 내가 찾던 연결고리가 생겨났다. 얼마나 멀리 있는 상관없이.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같은 세상 어딘가에 그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로렌트의 모습이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지를 가늠하기란 불가능했다. 1년 만에 어떻게든 생김새가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주 어리석고. 또 인간다운 생각일 듯했다. 하지만 뭔가... 딱히 꼬집을 순 없지만 뭔가 달라진 것도 같았다. 

“벨라?” 

그가 나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기억하네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뱀파이어가 내 이름을 기억해준다고 해서 우쭐하다니 그야말로 우습지 않은가. 그는 싱긋 웃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았군.” 

 그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해야 할 말 아닌가요? 난 여기 살잖아요. 난 당신이 알래스카로 간 줄 알았는데요.” 

 그는 열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보는 것은 대단히 오랜만이었다. 나는 기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그의 얼굴을 곰곰이 뜯어보았다. 내가 그동안 절대로 입 밖에 볼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을 이는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맞아. 내가 알래스카로 갔던 건 사실이지. 그래도 뜻밖이군... 컬렌 가족의 집이 비어 있기에 다들 이사 갔다고 생각했거든.” 

 그간 떠올리기조차 두려워했던 그 이름을 듣자마자 너덜너덜한 기습의 상처가 욱신거려왔으므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로렌트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 간 거 맞아요.” 

 이윽고 내가 간신히 대꾸했다. 

“흠. 그들이 널 남겨두고 떠났다는 게 놀라운걸. 년 그들의 애완동물 같은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의 눈빛에선 아직 별다른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그가 왜 예전과 똑같은 모습인지, 소름 끼질 만큼 똑같은지 이유를 깨달았다. 로렌트가 타냐의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 칼라일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아주 가꿈이지만 그가 컬렌 집안사람들처럼 황금빛 눈동자를 갖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억지로 컬렌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움찔했다. 어쨌든 선한 뱀파이어라면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검붉은 로렌트의 눈동자가 내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했다. 

“컬렌 가족은 자주 다니러 오나?” 

 그는 여전히 무심한 듯 물었지만 나를 항해 체중을 옮기며 자세를 바꿨다. 

“거짓말을해.”

 문득 내 추억 속에 간직되어 있던 벨벳처럼 아름다운 목소리가 걱정을 나는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곧 놀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보다 더 최악의 위험 상황이 어디 있겠어? 이 일에 비하면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만큼이나 안전한 일이었다. 나는 목소리가 시기는 대로 따랐다. 

“가끔이요. 아무래도 나한테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 길아요. 다들 뭔가에 한번 빠져들면 정신없이 바빠지거든요”

 나는 느긋하고 가벼운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쓸데없이 주절거리기 시작하자 얼른 입을 다물어야 했다. 

“흠. 집에 가보니 꽤 오래 비운 냄새가 나던데...”

“거짓말을 하려면 좀 더 그럴듯하게 해야지.” 

 목소리가 나를 다그쳤다. 나는 다시 시도했다. 

“칼라일한테 당신이 들렀다는 얘기 전할게요. 못 만나고 보내서 안타까워하실 거예요.”

나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이는 제핹다. 

“하지만 어찌면 에드워드한테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의 이름을 어렵사리 입 박에 내느라 내 표정은 거의 일그러질 정도였으므로. 허풍을 떤다는 게 드러날까 봐 두려웠다. 

“지난번에 겪어봐서 알고 있겠지만 전 성미가 좀 고약하거든요. 아직도 지난 번 제임스 일로 아직도 언짢아하고 있어요.”

 아주 옛날 일을 이야기하듯 너스레를 떨며 손을 휘저어 보이기까지지만. 내 목소리는 약간 격양돼 있었다. 로렌트가 그 이유를 일아 차릴지가 궁금했다. 로렌트는 유쾌하면서도 의아하디는 듯 물었다. 

“정말?”

 나는 목소리가 떨려 공포에 사로잡혔음이 드러날까 봐 일부러 답변을 짧게 했다.

“네”

 로텐트가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며 작은 초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그가 자연스레 나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의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데날리에선 어떻게 지냈어요? 칼라일 얘기를 들으니 타냐와 함께 지냈다죠?”

 내 목소리는 너무 톤이 높았다. 내 질문에 그가 걸음을 멈췄다. 

“타냐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어. 여동생 아이리나는 더 마음에 들더군. 한곳에서 내가 그렇게 오래 지내본 건 처음이었는데. 어쨌든 참신한 데다 안온해서 좋았지. 하지만 속박이 너무심해서... 다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참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어.”

그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가끔은 속임수를 썼지.”

 나는 침도 삼킬 수가 없었다. 살짝 한 발을 뒤로 뻗으려던 나는 그의 자줏빛 눈동자가 따라오자 그 자리에서 일어불고 말았다.

“아 네 . 재스퍼도 곤란을 겪고 있는걸요 뭐.” 

 내가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움직이지 마.” 

 목소리가 내게 속삭였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러기 정말 어려웠다. 달아나려는 본능이 거의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정말? 그래서 다 같이 떠난 건가?” 

 로렌트가 홍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뇨. 재스퍼는 집안에선 훨씬 조심스러워요.” 

 내가 솔직히 대답했다. 

“그렇겠지 . 나도 그래.” 

 그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이 한층 뚜렷해졌다. 

“빅토리이는 만난 적 있어요?”

 어떻게든 그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야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내가 숨 가쁘게 물었다. 머리에 처음 떠오른 질문이라 그냥 내뱉긴 했지만. 나는 그 말을 꺼내자마자 후회했다. 제임스와 함께 나를 뒤쫓다 사라진 빅토리아는 지금 이 순간에 특히 떠올리기 싫은 인물이었으므로. 하지만 내 질문에 로렌트는 걸음을 멈추었다 

“응. 실은 이번에 내가 온 것도 빅토리아 때문이지. 이걸 알게 되면 싫어하겠는걸.” 

 로렌트가 얼굴을 찡그렸다. 

“뭘요?” 

 나는 그에게 계속 말을 시키기 위해 냉큼 물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숲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딴청을 피우는 사이를 틈 타 한 걸음 살며시 뒤로 물러났다. 그는 다시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검은 머리의 천하처럼 선한 표정이었다. 

“내가 널 죽이는 거 밀아.”

 그가 유혹하듯 매끄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는 비틀비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미진 듯이 뛰는 심장 박동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아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널 직접 해치우고 싶어 했거든. 그 여잔 너한테.... 원한이 많아, 벨라.”

“나한테요?”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껄껄 웃었다.

“나도 좀 구식이라고는 생각해. 하지만 제임스는 그 여자의 연인이었는데, 너의 에드워드가 죽여버렸잖아!”

 심지어 지금 이렇게 죽음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도 그의 이름을 들으니 가슴의 상처가 더욱 찢어지는 듯했다. 로렌트는 내 반음을 눈치 채지 못했다. 

 “빅토리아는 에드위드를 죽이는 것보다 너를 죽이는 게 더 좋은 복수라고 생각하더군. 자기 짝을 죽였으니, 그 놈의 연인도 해치우는 게 공평하다는 거지. 빅토리아가 나를 불러들인 이유도. 이곳 지형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이젠 김빠지게 생겼군. 그 녀석이 너를 이렇게 무방비하게 버려두고 떠날 정도로 하찮게 생각했다면. 빅토리아가 생각한 처절한 복수극은 성립하지 못할 테니 말야.”

 한 방 얻어맞은 듯 가슴이 또 한 번 찢겨 나갔다. 로렌트가 가볍게 체중을 옮겼으므로 나는 멈칫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가 이 맛살을 찌푸렸다. 

“어느 쪽이든 어차피 빅토리아는 회를 낼 수밖에 없겠지.” 

“그럼 그 여자를 위해 양보하지 그래요?”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이 그의 얼굴에 다시 번졌다.

“넌 때마침 안 좋은 상황에 나를 만난 거야, 벨라. 내가 이 초원에 올라 온 건 빅토리아 때문이 아니었거든. 사냥 중이었단다. 꽤나 목이 마르던 차에 네 체취는... 그야말로 군침이 도는구나." 

 로렌트는 그게 칭찬이라도 되는 양 나를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협박을 해 봐.”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환청 속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에게 명했다.

“당신이 한 짓이란 걸 그가 알게 될 거예요. 아마 무사하지 못할걸요.”

“과연 그럴까?” 

 로렌트의 미소가 더욱 완연해졌다. 그는 그리 넓지 않은 숲속의 초원을 둘러보았다.

“비가 내리면 냄새는 다 씻겨버릴 거야. 네 시신은 감쪽같이 사라져 아무도 찾을 수 없겠지. 다른 수많은 인간들처럼 너도 그저 실종되는 것뿐이야. 설령 에드워드가 조사에 나선다 해도 나를 점씩을 이유가 없지. 이건 사적인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란다, 벨라. 단순히 갈증 때문이야.” 

“빌어 봐”

 환청이 내게 속삭였다. 

“부탁이에요.” 

로렌트는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생각해 봐라. 벨라. 차라리 내가 널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이야.” 

“그런가요?” 

 내가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며 억지로 입을 놀렸다. 로렌트가 날렵하고 우아한 동작으로 따라왔다.

“당연하지. 난 아주 빠르게 끝낼 테니까. 네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해줄게. 물론 나중에 빅토리아에겐 거짓말을 둘러대서 위로해 줘야겠지. 하지만 빅토리아가 널 위해 세운 계획을 혹시 네가 알게 된다면...”

 그는 너무도 끔찍하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지금 나한테 당하게 된 걸 감사히 여길걸.”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그를 응시했다. 산들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칼이 로렌트 쪽으로 날리자 그는 킁킁 냄새를 맡으며 심호흡을 했다. 

“정말 군침이 돈다니까.” 

 나는 잔뜩 긴장해 얼어붙은 사지에 힘을 주며 곁눈질로 달아날 방향을 살폈다. 내 머릿속에서 에드워드의 성난 포효가 희미하게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벽을 쌓고는 꽁꽁 감추어놓았던 그의 이름이 어느 순간 밖으로 뛰쳐나왔다. ‘에드워드. 에드워드, 에드워드.’ 난 죽을 거야. 그러니 지금은 그를 생각해도 괜찮겠지. ‘사랑해. 에드워드.’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고 있으려니 로렌트가 다시 킁킁 냄새를 맡으며 왼쪽으로 고개를 핵 돌리는 것이 보였다. 나를 제압하기 위해 그가 굳이 속임수를 쓸 필요가 없으리라는 건 확실했지만. 그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아주 잠깐 한눈을 피는 것조차 너무 두려웠다. 그가 천천히 나한테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자. 나는 너무 놀라 안도감을 느낄 수도 없었다.

“믿어지지 않는군.”

 그는 거의 혼잣말을 하듯 낮게 중얼거렸다. 결국 나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단 몇 초나마 내 생명을 연장해준 방해꾼이 무엇인지 살피느라 나는 초원을 둘러보았다.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다시 로렌트를 쳐다보았다. 그는 시선을 숲에 고정시킨 채 아까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숲 가장자리에서 커다란 검은 형체가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나타나 뱀파이어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형체는 말처럼 크면서도. 그보다 더 우람하고 근육질이었다. 기다란 주둥이를 벌리며 인상을 쓰자 단검을 줄지어 박아놓은 듯 한 이빨이 드러났다. 번개가 친 뒤 한참 있다가 들려오는 천등소리처럼. 벌어진 이빨 사이로 무시무시한 으르렁거림이 울려 퍼졌다. 소문으로 듣던 바로 그 곰이었다. 아니. 저건 절대로 곰이 아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검은색 괴물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남았다. 멀리서 보면 그는 곰으로 착각할 듯했다. 저토록 크고 힘센 몸집의 짐승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나도 그 짐승을 멀리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면 얼마다 좋았을까? 하지만 그것은 소리 없이 풀만을 해지며 나한테서 열 발자국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나는 정체 모를 괴물을 응시하며 정체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움직이는 동작이나 생김새로는 분명 개과에 속할 것 같았다. 공포에 사로 잡힌 나머지 머리에 떠오르는 기능성이라곤 한 가지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뉴문의 초원단원의 내용중 일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굉장히 심플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마치 제가 그 자리에 함께 서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장면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느끼도록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벨라와 함께 괴로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산책을 하기도 했으며 또 때로는 탁 트인 초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뱀파이어 로렌트가 나타났을 때는 정말 함께 두려워했고, 등뒤에서 늑대들이 나타날시점에서는 벨라와 함께 패닉에 빠졌습니다. 작가의 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한 장면 한 장면을 마치 직접 눈에 그려질 듯이 표현할 수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아주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뉴문 역시 트와일라잇처럼 아주 숨가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또 한동안은 좀 쉬면서 책의 여운을 즐기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위의 내용을 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꼭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를 보신 분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재미있게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책순위 트와일라잇 뉴문 책소개 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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